사진, 예술로 가는 길 #2 / 한정식

2024. 4. 24. 01:23review

 

3. 직접적 조언

3.1. 무엇을 찍을 것이가

가. 주제와 소재

'무엇을 찍을 것인가'하면 곧장 어떤 사물을 찍을 것이가 하는 문제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보다 더 앞서서 생각해야 할 것이 어떤 내용의 사진을 찍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내용이 결정되어야 그 내용을 형태화하기 위해 어떤 사물을 찍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곧 주제가 결정되어야 그 주제에 알맞은 소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얘기인 것이다. 흔히들 소재나 피사체를 주제라는 말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를테면 사과를 찍는 사진에서 사과는 대상이요 소재이지 주제가 아니다. 주제는 그 사과를 통해서 나타내고자 하는 사진가의 생각이나 느낌이다.

 

나.주제는 어떻게 정하는가

주제를 정하는 방법으로 두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늘 생각하고 느끼는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주제로 삼는 것이 좋다.

둘째, 꽃이나 바위 등 눈에 띄는 사물부터 찍기 시작하는 것이다. 

첫번째 방법은 주제부터 정해 놓고 소재를 찾는 방법인가 하면, 두번째 방법은 소재부터 정해 놓고 후에 주제를 찾는 방법이다. 대체적으로 어떤 대상(소재)에 흥미를 느껴 찍기 시작하다가 거기에 차츰 생각이 붙고 느낌이 드러나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는데, 우선 좋아하는 대상, 눈에 띄는 사물부터 찍기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차 주제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제를 찾으라는 것인가.

주제를 정하려면 또는 찾으려면 우선 한 소재를 많이 찍어야 한다. 꽃이면 꽃, 나무면 나무, 여자면 여자 등 하나의 소재를 정해 많이 찍은 뒤 그 속에서 내면적으로 공통되는 사진을 골라낸다. 사진들을 한데 모아 놓고 보면 그 속에서 '아하, 내가 꽃에서 찾고자 한 생각, 꽃에서 얻은 느낌이 이런 것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것이 어려우면 선생(주변의 작가, 친구도 좋다)이 필요하다. 선생이 없다면 혼자서 해도 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통찰력이다. 사물을 보는 순가 '아'하고 새로이 느껴지고 새로이 보이는 눈을 기르는 훈련이 중요하다.) 꽃을 보면서 단순히 아름답다 하면 그것은 평범한 상식이다. 남들이 다 알고 잇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남들은 미처 느끼고 깨닫지 못한 아름다움, 내가 발견해 낸 아름다움일 때 그 아름다움은 찍을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움이 된다. 그런 것을 찾아 찍어야 창조적인 사진이 되는 것이다. 

 

훈련을 위해서는 찍기 전에 잠시 생각하고 살펴보아야 한다. 그 사물에서 새로운 느낌이 오는지, 남다른 측면이 보이는지 살펴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것일가 생각해 보고 그렇다는 판단이 서면 찍고 아니면 그자리를 떠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것인지 아닌지는 스스로도 구분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의 되풀이가 바로 사물을 개성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을 기르는 훈련이다. 이런 훈련은 사진 찍을 때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길에서나, 집 안에서나, 눈에 띄는 모든 사물을 보며 그 사물을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될까를 관찰하고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게 찾아낸 것을 찍어야 한다. 이런 훈련을 되풀이 하다 보면 어느 날 드디어 사물이 새로운 면을 드러내고, 새로운 느낌이 느껴진다. 

 

창조적 사진으로 가는 길목에서 첫번째로 부딪치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바로 이것으로, 무엇보다도 사물을 보는 눈, 통찰력부터 길러야 한다. 

 

다. 삼다의 원칙

문장 작법의 '삼다의 원칙'과 같이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많이 보고, 많이 찍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사진을 보는 눈이 생기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첫째. 남의 사진을 많이 보라. 남의 사진을 많이 보라고 해서, 그 사진을 보고 모방을 하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되든 안 되든 제멋대로 찍기 시작해야 내 것이 만들어진다. 제멋대로 해야 '내 사진'이 나온다. 남들은 미처 생각도 못한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한 사람의 개성적인 작가로 설 수 있는 길이 이것이다. 남의 것을 모방하다 보면 창의적인 것은 나오지 않고, 늘 보던 사진만 나온다. 좋은 사진을 많이 봄으로써 자기도 모르게 사진을 보는 눈이 높아지고, 그 눈높이에 따라 내 사진의 질도 저절로 향상된다. 

둘째, 많이 써 보아야 글 쓰는 훈련이 되고, 퇴고를 많이 해야 글이 좋아진다. 이처럼 사진도 많이 찍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 온갖 것을 다 찍어 보아 경험을 쌓겠다는 것은 그럴 듯한 생각이지만, 일리만 있을 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어 그 방면의 사진만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창조적인 사진으로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은 한두 가지 소재로 좁혀서 많이 찍는 길이다. 창조적이든 아니든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우선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다음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초보자 시절일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을 찾아 찍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이것이 남과 다른 사진, 나만의 사진, 창조적인 사진으로 가는 올바른 길이다. 남이 찍는 것을 따라 찍는 일처럼 해서는 안 될 일은 없다. 남과 다른 것을 찾는 일부터 열심히 해야 한다. 

다음으로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를 열심히 생각해야 하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다. 필자의 솔직한 의견은 혼자서 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야 나만의 사진으로 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생각을 많이 하되 촬영 전이나 후에 하라는 것이다. 촬영할 때에는 그 대상에만 몰두해야지 이것저것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 찍고 나서 결과물을 앞에 놓고 어디가 잘못되었으며, 어떤 것을 놓쳤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다음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그에 따라 다음 촬영을 준비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현장에서는 대상에 몰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면 사진이 경직되는데, 여러가지 생각에 끌려 이런저런 요소들을 다 집어넣다 보면 사진이 형식적인 것으로 떨어지기 쉽다. 특히 구도 같은 것에 사로잡히기 쉬운 것이 더 큰 문제점이다. 구도에 사로잡히면 구도만 맞고 내용이 없는 사진이 되기 쉽다. '사진이 경직되기 쉽다'고 한 것이 이를 지적한 말로, 찍을 때에 여러가지 생각이 많으면 대상을 처음 보았을 때의 신선한 느낌은 사라지고 형식에만 맞춘 사진이 되기 쉽다. 껍데기만 얻고 알맹이는 잃고 마는 꼴이다.

 

라. 주제는 왜 필요한가

주제라는 것은 '엮음사진', 말하자면 여러 장으로 자기 생각을 나타내는 사진의 경우이지 한 장 짜리 단사진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사진 인식이다. 사진이란 말이라고 앞서 써 놓았거니와 실은 사진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이 다 '말'이다. '표현된 모든 것'은 다 말인 것이다. 따라서 사진이 말이라는 인식만 확실하다면 답은 간단히 나온다.

일관된 주제라야 한다고 해서 한 가지 주제만을 찾아 찍으라는 것은 아니다. 살다보면 찍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두어 가지 주제를 늘 머릿속에 넣고 다닐 수 있고, 한가지 주제만 찍는 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만일 한가지 주제에 몰입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마. 어떤 주제라야 하는가

a. 내가 찾아낸 주제

b.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주제 - 사진은 말로 전달이 되지 않는 메시지, 시각으로라야 비로소 표현 가능하고 전달이 되는 그런 주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

<한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예술은 발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변화할 뿐이다. 패러다임(paradigm), 곧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표현방법의 변화가 예술의 역사로, 이 세상에 알려진 수많은 걸작, 명작들은 거의 다 주제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관점이나 접근방법이 새롭거나 개성적인 것이 대부분이다.새로운 주제를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이 새로운 접근방법, 새로운 해석이다. 새로운 주제도 좋지만 각자의 패러다임, 곧 각자의 의식이나 개성에 따라 자기식의 방법으로 접근할 때 더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작품이 생산된다. 이미 여러 번 다루어진 주제라도 새로운 면으로 다시 접근해서 새로운 해석을 내린 것, 이것이 많은 걸작들의 실체이다.>

c.주제와 개성 - 이때 필요한 것이 개성이다.

d. 개성의 표현 - 개성은 드러낸다고 하기보다 저절로 드러난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사진을 찍다 보면 저절로 개성이 드러나지, 개성을 억지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다. '자기 멋대로 찍으라'고 한 것이 그래서다. 이리저리 남의 눈치 보고, 남의 눈에 맞추다 보면 오히려 개성이 죽어버린다.

 

바. 어떤 소재를 찍을 것인가

a. 주제에 알맞은 소재

b. 일단 찍어 놓을 것

c. 한 가지로 집중할 것

d. 지속적으로 찍을 것

e. 솔직할 것

남들이 뭐라 할까 봐, 또는 자기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창피해 피하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남의 눈이 두렵거나, 자기를 솔직히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은 사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3.2 어떻게 찍을 것인가

가) 자유롭게 찍자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이어 '어떻게 찍을 것인가'만 알면 사진에 대해서는 다 아는 것이 된다. 이 글도 그것만 밝히면 더 쓸 것이 없어진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하는 것이 사진의 모든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에 원칙이 없고 길이 정해져 있지 않음과 같다. 사진은 이런 면에서도 우리의 삶을 그대로 닮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무성한 숲속에서, 닦아 놓은 길이 안 보여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몰라 당황스럽다는 뜻인데, 그 숲을 자신의 방향감각으로 뚫고 나가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 길을 찾으려면 과감해야 한다. 주저하지 말고 자기 생각과 신념에 따라 뚫고 나갈 것을 권한다. 그렇게 뚫고 나가면 자연히 길은 열린다. 우물쭈물하거나, 이리저리 왔다갔다 헤매다가는 영원히 숲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한 번 헤치고 나가 본 사람은 다음에 다른 숲을 만나도 전처럼 자기만의 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자신이 생긴다.

 

예술은 황무지에 길을 내는 행위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길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 길을 따라오는 사람들이 바로 자기의 팬이다. 남들이 닦아 놓은 길을 가는 것은 내가 그의 팬이 되는 것이다. 예술가는 남의 팬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을 팬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이미 닦여진 길은 그냥 걸어가기에는 편하지만 그것은 남을 따라가는 행위이다. 길을 만드는 일이 아닌 것이다. 예술가란 길을 만드는 사람, 길을 여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 미신을 타파하자

a. 미신이라니?

사진을 찍을 때 이렇게 해야 한다 또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믿음 같은 것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를 '사진 미신'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미신'인 것은 잘못된 지식이요, 사진하는 사람을 어지럽히는 그릇된 믿음이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이 다 그렇지만, 사진 역시 틀에 넣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틀을 짜는 순간, 틀에 갇히는 순간, 예술은 생명을 잃는다. 예술은 전적으로 자유로운 것이요,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다. 틀은 그 자유의 입에 물리는 가장 큰 재갈이다. 

b. 기념사진의 중요성

c. 자유, 자율 그리고 사회적규범

'사진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결국 자유롭게 찍으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방법론만이 아니라 내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내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남들이 뭐라고 하든, 하고 싶은 말을 솔직히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심해야 할 것은 내 생각이나 느낌이 제대로 나타났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지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아니다.

소설이나 사진이나 그것이 예술이 되려면 이러한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느낌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솜씨가 능숙하고 기술이 뛰어나도 자기만의 세계, 독창적인 내용이 없으면 그것은 '작품'으로서의 의미나 가치가 없다. 사진이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이래서이다. 

자기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서 적당히 감추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예술은 솔직해야 된다. 솔직해야 좋은 사진이 찍힌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대체로 이라한 사람들(유교적 규범 속에 자라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기 감정, 특히 성에 대한 자기의 관심이 그대로 노출될까 봐 조심하는 편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솔직해야 한다. 

 

다) 기계의 눈을 보라

a. 사진은 기계예술

사진은 본 대로 찍힌다.

무엇보다도 카메라는 기계이기 때문에 사람과는 전적으로 다르게 사물을 본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사진을 본 대로 직힌다'는 말을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사진은 카메라가 본 대로 찍힌다'로 고쳐야 한다. 정확할 뿐 아니라 오해를 막아 준다. 본 대로 찍힌 다니까 우리 눈이 본 대로 찍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그대로 덤비는 바람에 실패를 한다. 물론 어느 단계에 이르면 우리가 본 대로 찍어도 제대로 찍히는데, 그것은 이미 카메라가 보는 방식이 이해되고 그러한 시각에 익숙해진 다음의 일인 것이다.

b. 사진문법이라는 것

'사진 문법'이라고 해서 어렵고 이상한 것이 아니다. '사진적 시각'이 사진의 문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사진술을 통해 말하는 법'이 말하자면 '사진문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실제에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우리가 말을 할 때 남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듯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 직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사진을 통해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가를 알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 가능하면 더 정확하게, 더 실감나게, 더 깊은 느낌이 느껴지도록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카메라를 인간의 시각에 맞춰 사용하려는 것은 무리이다. 인간의 눈을 카메라의 시각에 맞추는 편이 효과적이다.내가 본 그대로를 사진으로 찍으려 들지 말고, 내가 본 것을 어떻게 해야 사진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진가는 사진의 시각, 사진의 문법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c. 인간과 기계의 융화

사진이란 사람이 본 것을 카메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사진은 인간의 시각과 기계의 시각의 중간에 서 있는 예술이다. 기계적 시각만도 아니요, 인간적 시각만도 아니요, 이 두가지 시각의 조화 내지 융화가 곧 사진이라는 것의 정체인 것이다. 따라서 확실하게 어느 한쪽에 서서 그러한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리거나, 아니면 그들을 융합해서 자기만의 세계를 찾아낼 때 사진은 창조적으로 살아난다. 

 

라) 설명을 피하라

a. 설명적 사진이란

설명은 예술적 창조 행위가 아니다. 창조란 새로 만들어내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고, 설명은 이미 만들어진 것, 이미 있었던 것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말하는 것으로 창조 행위에서는 거리가 멀다.더구나 사진이나 그림, 무용 따위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예술은 설명을 구체적으로 할 수 도 없다. 내면적인 생각이나 느낌은 설명할 도리가 없다. 

사진은, 예술은 대상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지, 형식적인 형태를 보여주거나 알려 주는 작업이 아니다. "이것이 작품이냐, 복사물이지"라는 얘기를 가끔 들을 때가 있다. 

표현이란 대상에서 보고 느낀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보는 사람들 역시 자기와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는 작업이다. 외형이 아니라 내면을, 작가가 가진 생각이나 작가가 느낀 느낌을 그 생각과 느낌 그대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인 것이다. 

b. 표현의 보기

예술로서의 사진은 이러저러한 상황 설명을 피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모나리자가 왜 웃고 있는지는 모른다. 알려고도 않는다. 아마 모르기 때문에 그 미소가 더 신비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도 그렇다. 신비하면 되고 아름다우면 되었지 왜 웃고 있는지, 왜 서 있는지 그것은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표현이 요구되는 것은 표현을 통해 사물이 형상화하기 때문이다. 형상화라는 말은 추상적인 사상이나 감정을 구체화시키는 작업, 보이지 않는 것을 마치 눈으로 보듯 느끼게 해주는 작업이다. 이는 문학을 비롯한 다른 예술의 경우에 해당되는 말로,사진의 경우는 형상을 가진 사물을 통해 형상이 없는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형상화 작업과는 상대되는 작업 과정이어서 형상화 작업이라는 말보다는 비형상화라 하거나, 탈형상화 작업이라 함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진도 따지고 보면 추상적인 주제, 곧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을 구체적 형태로 보여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형상화 작업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이 아닌 표현하는 사진을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표현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과거의 지식이나 상식을 벗어 버릴줄도 알아야 한다. 초점이 맞아야 한다거나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적정노출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고 느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무엇을 찍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사물을 재현해내는 작업이 아니라 그 사물을 통해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c. 사진은 주관적 작품

일정한 규칙이 없는 사진 문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은 대상이 되는 사물의 객관적 배열이 아니라 주관적 조합이다. 어떤 사물을 어떻게 조합해서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은 작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다. 철저하게 주관적으로 엮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해야 한다.

주관적으로 엮고, 사물을 조합한다고 해서 소위 '만드는 사진'처럼 합성을 하고 이중 촬영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사물을 있는 그대로 찍되, 주위 환경과 어떻게 어울리게 하여 어떤 의미로 살려낼지를 살펴서 그들끼리 연관을 지을 줄 아는 능력을 키우라는 뜻이다. 예술로서, 장작으로서의 사진은 주관을 배제하고는 존재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서 언제나 '나는 이렇게 보았다. 이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느꼈다'라는 점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 한 발 더

당신의 사진이 남의 눈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분히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많이 버릴수록 단순화하고, 단순화해야 사진에 설득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너무 넓게 보면 그 넓은 범위로 인해 작가가 무엇을 보고 찍었는지 알기 어렵고, 산만해질 우려가 높고, 불필요한 사물이 많이 들어가 무엇을 찍고 무엇을 나타내려 한 것인지 애매모호해지기 쉽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한 발 더 들어가라는 것이고, 필자가 "사진은 뺄셈"이라고 한 것이 이런 뜻이다.

 

바) 확실히 보고 찍자

사물을 좁혀 들어가려면 확실히 보고 찍어야 한다. 확실히 본다는 것은 내가 이 사물에서 보고 느낀 것이 무엇인가 확실히 알고 찍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냥 아름답다든지, 멋이 있다든지, 뭐가 될 것 같아서, 하는 막연한 태도로 찍어서는 안 된다. 내 눈으로 확실히 보고 마음으로 느끼기 전에는 셔터를 누르지 말아야 한다. 확실히 보거나 느끼고 찍어도 제대로 나올까 말까인데, 하물며 보지 못한 것, 느끼지 못한 것은 절대로 찍히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확실히 보고 찍으라는 것은 내 눈에 띈 대상이 왜 내 눈을 끌었는지를 알고 찍으라는 뜻이다. 어떤 사물이 아름다우면 왜 아름다운지, 어떻게 아름다운지, 내 눈으로 확인한 뒤에 찍어야 그 사진에 그 사물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미인이 미인으로 나온 것은 의미 부여라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평범한 여인을 미인으로 만든 것은 순전히 작가가 발견한 아름다움으로, 이런 것이 의미 부여 또는 의미의 발견에 해당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평범한 사진이 작품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앞에서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물을 보는 훈련이란 다름 아니라 이처럼 사물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훈련을 뜻한다. 

사실 사진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이것이다. 우선 보이고 느껴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눈에 띄지 않고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보물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보는 눈이 있으면 감춰진 보물도 찾아낼 뿐 아니라, 평범한 사물을 보물로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 이것이 사진이다. 평범한 사진을 보물로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사진 작업이라는 거싱요, 이렇게 되었을 때 그것을 '작품(作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작품의 작은 만든다는 뜻이다. 내가 만들었을 때 내 작품이지 남이 만든 것은 내 작품이 아니다. 소재주의는 남이 만든 것을 내 사진에 옮겨 놓은 데 지나지 않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것이다. 단순히 미인을 찍은 사진의 경우가 그렇다. 그 미인은 분명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평범한 여인을 미인으로 만든 사진은 내 '작품'이다. 내가 평범한 여인을 미인으로 '만들었'으니까.

 

사) 많이 찍자

아) 반대 방향을 바라보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예술이다. 예술은 창조이다. 

창조적인 사진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남들이 보는 것과 다른 방향을 보는 것이다.그렇다고 일부러 반대하거나 뒤집어 보라는 뜻은 아니다. 물론 비뚤어진 시각으로 사진을 찍으라는 뜻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의 차별성이다. 다른 사진과의 차별성이다. 남들과 다른 사진, 나만의 사진이 좋은 사진으로, 이런 사진을 위해서 보는 방향, 생각하는 방향을 남과 조금 달리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 일인 것이다.

 

자) 사진은 깨달음이다.

a. 사진은 기술이 아니다.

우리가 찍고자 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다. 분명 사물을 찍지만, 그러나 사물 그 자체가 찍고자 하는 목표가 아니다. 사물은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목표는 어디에 있는가 사진이란 무엇을 찍는 것이란 말인가?

사진은 사물을 찍는 수단지 아니다. 아마추어 작가들 중에서 사진을 사물 찍는 수단으로 알고 찍을 거리를 찾아 발 아프게 돌아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은 발로 찍는 것이 아니라고 한 것이 같은 뜻으로, 사진이 찍는 것은 사물이되, 찍고자 하는 내용은 사물이 아니다. 사물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다. 사진에는 보이는 것만 찍힌다. 구체적 사물만이 찍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찍을 수가 없다. 이렇게 사진은 보이는 것만 찍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찍고자 하는 것은 불행하게도 구체적 사물이 아니다. 

b. 소재를 통해 주제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제대로 찍히는 것인지는 모른다 해도 사진은 보이지 않는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매체라는 것, 그것을 구체적 사물을 통해 나타내야 하는 매체라는 것만은 머릿속에 넣어 두고 찍어야 한다. 그래야 고민을 하게 되고 고민이 성공적인 사진을 만들어 주는 채찍이 된다.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찍으라면 할 수 있겠지만, 안 보이는 것을 보이게 찍어내려니까 그게 문제인 것이다. 구체적 사물(소재)로 추상적 관념(주제)을 찍어내는 것, 이것이 사진이다.

c. 형상화의 사례

 

차) 현장에서 승부하자

사진이 시간예술이라는 것은 사진의 여러 요소 중에서 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뜻으로 통한다.

이 시간성과 연관해서 두어가지 덧붙이면,

첫째, 사진에서 한번 간 것은 영원히 간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번 일어났던 사건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장에서 승부해야 한다. 둘째, 물고늘어지라는 점이다. 현장에서 승부하려면 한번 발견한 사물은 끝까지 물고늘어져서 속된 말로, 끝장을 보라는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물러서면 적당한 사진밖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셋째, 우연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바꾸면 '결정적 순간'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 된다. 

'결정적 순간'이란 사물과 내가 만나는 내면적 순간이지, 대단한 사건이 찍히는 순간이 아니다. 따라서 그것이 결정적 순간인지 아닌지 하는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다. 즉, 내가 좋아서 찍으면 그것이 결정적 순간이지 결정적 순간이 따로 있어서 그것을 기다렸다가 찍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인 것이다.

 

카) 주변에서 찾아라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다. 그리고 절실함이다. 절실하면, 진정이 담기면, 서툴러도 그것이 좋은 사진이다. 기술과 테크닉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의식이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으로 찍는 것, 찍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등에 대한 확실한 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좋은 사진을 찍는다. 이러한 의식이 없으면 밤낮 제자리에 머문다. 한 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에 관계없이 이러한 의식이 확고한 사람이 진정한 사진가이다. 아무리 프로 사진가라 해도 이러한 의식으로 밑받침되지 못했을 때, 그 사람은 취미 도락의 경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뜨내기일 뿐이다. 확고한 사진인식만 갖추고 있다면 제대로 된 사진은 찍힌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사진 인식이 갖추어지지 못했을 때, 그 사진은 달력 사진 이상의 것을 이루지 못한다.

 

 

3. 디지털 사진

사진의 내용이 볼만한 것이고, 감동적인 것이고, 새로운 일깨움을 주기만 한다면 그 이외의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합성이든 아니든, 디지털 사진이든 아날로그 사진이든 사진의 내용만 좋으면 좋은 사진인 것이다.

 

 

 

 

 

 

사진, 예술로 가는 길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발터 벤야민  (0) 2024.06.13
킨, 옥타비아 버틀러  (0) 2024.05.13
힙노시스:롤플레잉 스토리  (0) 2024.04.12
사진, 예술로 가는 길 #1 / 한정식  (0) 2024.04.11
한 장의 사진  (0) 20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