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짐승, 에밀졸라

2023. 1. 10. 14:27review

 

 

에밀 졸라의 작품 '인간짐승'을 읽었습니다.

574페이지의 장편소설로 좀 길게 느껴집니다.  저녁시간 틈틈히 읽다보니 거의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살해 장면이나 인물간 긴장관계에 있는 상황에서는 꽤나 몰입감이 있습니다.

 

 

에밀졸라, 1840~1902

 

에밀 졸라의 작품은 처음입니다.

졸라가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하는데, 자연주의 문학은 낭만주의 문학에 대한 반성(?) 내지 반작용으로 19세기 말에 등장한 문학장르라고 합니다.

 

내가 졸라를 처음 접했던 기억은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어빙 스톤)'라는 전기소설에서였습니다.

고흐가 졸라의 작품 '삶의 기쁨'을 여러번 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예술가들이 모이는 살롱에서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고흐의 작품 '성경이 있는 정물'에 성경과 함께 등장하는 작은 소설이 바로 '삶의 기쁨'이라는 졸라의 작품입니다.  어빙스톤의 전기소설에서도 고흐는 졸라의 열렬한 팬이었고, 졸라를 추종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는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척박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 행복을 찾아 고뇌하는 고흐라면 '삶의 기쁨'이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에 희망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요. 정작 고흐는 행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성경이 있는 정물', 빈센트 반 고흐, 1885

 

'인간짐승'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죽이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들 그리고 그들과 공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첫번째 살인의 원인인 질투심. 루브와 세브린 부부의 이야기가 폭행으로 이어지면서 점점 소설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루브와 세브린 부부가 그랑모랭 법원장을 살해를 암시하고 이를 기관사인 자크가 목격하는 내용까지 이어집니다. 문명과 기계를 상징하는 자크가 운전하는 기관차 라라종호와 법원 관계자들의 사건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상징적이고 비판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인간이 만든 문명과 사회질서마저도 잔인한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기도 합니다.

 

이 살인사건은 엉뚱한 이유로(그렇지만 아주 흔한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덮히게 되면서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왜 그런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는지 졸라는 그 배경과 경위를 잘 구조화하여 풀어 놓습니다. 그래서 자연주의 소설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하지만 대단히 극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갑고, 간결하고 담백합니다. 

 

졸라가 이 작품을 쓴 때는 1890년입니다. 아마도 그의 다른 작품도 그럴 거라 예상됩니다만 인간짐승에서도 인간의 탐욕과 증오스러운 모습을 들추어 내고, 엉터리 사법체계나 사회질서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표출합니다.

졸라는 현실세계에서도 참지 않았습니다. 졸라는 1898년 드레뷔스 사건이라는 프랑스 간첩조작 사건에 억울하게 희생된 드레뷔스의 무고를 알리기 위해 언론에 기고하기도 합니다. 이 기고문에 제목이 그 유명한 "나는 고발한다!  J'accuse,,,!"라고 합니다.(처음 알았네요.) 그는 이 기고로 인해 1902년 영국으로 망명까지 하게 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성경의 어느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이같이 우매 무지하니 주의 앞에 짐승이오나 내가 주와 함께하니 주께서 내 손을 붙드셨나이다"

다윗의 진화론을 공부하고, 엔지니어집안이었던 졸라에게 성경의 구절은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신이 이성으로 대체되어 계몽이 삶의 지표가 되던 시기에도 인간의 야만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매우 안타깝지만 이는 오늘 우리들의 일상에서도 아주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와 덜함의 차이만 있을 뿐 소설속 동물성을 숨기지 않는 인물들 모두 여전히 오늘날의 세상 속에서도 서로 더불어 살아갑니다. 아무리 그 잔인함을 떨쳐내고 싶지만 그렇게 평생을 살면서 갈등하고 고뇌하는게 인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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